바리스타요셉의 삶 속에서 기록하고 전하는 이런 저런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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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하는나의이야기

과거의 모습을 찍는 카메라.E01

바리스타요셉 2021. 2. 2.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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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의 무단도용/사용은 허용하지 않습니다. 

본 이야기는 제가 활동하고 있는 사진동호회의 자유게시판에 올렸었던 팩션(Faction) 성격의 글입니다. 벌써 20년이나 되었지만 기념으로 제 블로그에 기록하여 보관하기 위해 옮겨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글을 전문으로 쓰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냥 어느 더운 여름날, 문득 소재가 떠 올라서 즉흥적으로 약 3시간 만에 손 가는 대로 쓴 글이라서 내용 구성과 진행이 좀 이상할 거예요. 그래서 옮겨 오면서 조금 다듬고 보완은 했습니다만 제가 다시 봐도 좀 급하긴 했더군요. 

이야기가 시작하는 시기는, 사진동호회가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자리를 잡아가며 본격적으로 SLR 카메라가 많이 보급되고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취미로 즐기게 되는 2002년 가을 무렵입니다. 

이야기 진행 중 나오는 사진은 제가 직접 찍은 사진은 아니며 pixabay.com 에서 라이센스 문제가 없는 것으로 골라온 것입니다. 사진 올려주신분에게 감사드립니다. 

 

 


 

에피소드. 01

 


늘 그렇듯이... 아니, 습관처럼 활동하고 있는 사진동호회 사이트의 중고거래 장터에 접속하였다.  

 

좋은 물건 나온 것이 있나 하는 생각으로 장터를 뒤지고 있었지만 사실 특별히 구입할 물건이 있어서 라기보다 취미로 사진을 하는 사람들에게 흔히 보이는 장비병의 한 모습일 뿐이다. 

 

 

 

Nikon F100 

 

 

내가 사용하는 카메라는 Nikon F100이다. 당분간 더 이상의 장비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기본 구색은 갖춰 놓은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래 봐야 망원렌즈 한 개랑 표준계 줌렌즈 한 개, 그리고 스피드라이트 한 개에 삼각대 한 개가 전부이지만 지금 나의 수준에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서 더 이상의 장비 구입은 하지 않을 생각이지만 장비에 대한 욕심은 어쩔 수 없는지 오늘도 습관처럼 장터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장터 목록을 보다 보니 F100에 사용하는 데이타백 판매글이 하나 올라와 있었는데 나에겐 필요 없는 장비라서 그냥 지나치려다가 제목을 보곤 클릭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제목 : F100용 데이타백의 새 주인을 찾습니다 - 필요하신 분에게 그냥 드림.  조회수 : 1 

 

" 우와~ 공짜로 그냥 준다고? 아직 본 사람이 한 사람뿐이군. 혹시 모르니 열어보자! "

 

나는 설렘반 기대 반으로 판매글을 클릭하여 열었다. 

 


저에겐 더 이상 필요 없어서 새 주인을 찾아주려고 합니다. 구입한 제품이 아니라서 그냥 드리려는 것이니 꼭 필요하신 분만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단,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이 제품은 책임감이 강하고 바르고 선하게 사시는 분에게 드리고 싶습니다. 



흠... 내가 그 대상에 해당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급한 마음에 전화부터 하니 바로 받으셨다. 

 

- 안녕하세요? 동호회 장터 보고 전화드렸는데요, F100용 데이타백을 혹시 저에게 양도 해 주실 수 있을까요?

 

하지만 이미 다른 분에게 예약이 되어 있어서 미안하다며 양해를 구하시길레 다시 말씀드렸다. 

 

- 그럼 혹시 먼저 예약하신 분이 취소하시게 되면 꼭 저에게 연락 부탁드리겠습니다.

 

전화통화를 끝내고 난 후, 

 

- 미치지 않고서야 취소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기다려 봐야지.

 

그렇게 혼자 구시렁거리면서 다시 장터를 열어보니 좀 전에 있었던 글이 지워지고 없었다.

 

- 에휴... 거래완료 되었나 보네. 좋다 말았다. 

 

그러면서 자유게시판이며 갤러리며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늦은 점심을 먹고 잠시 쉬고 있는데 전화밸이 울렸다. 전화번호를 보니 조금 전에 데이타백을 장터에 올렸던 바로 그분이었다.

 

혹시나 하는 설레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 

 

- 저... 조금 전에 전화 주신 분인가요? 데이타백 때문에... 

 

- 네~ 맞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 네, 사실은 먼저 예약 하신 분께서 제품을 받으러 오셨는데 제가 원하는 분이 아니라서 그분에겐 죄송하지만 거래를 취소하였거든요. 그래서 전화드렸습니다. 

 

- 아~~ 그러셨군요. 그럼 이제 저에게 기회가 온건 가요?  감사합니다.

 

- 감사는요, 그런데 제품은 제가 직접 만나 뵙고 드리고 싶은데 괜찮으신가요? 혹시 사시는 곳이...

 

- 네. 저는 경북 포항입니다. 지금 계시는 곳은 어디세요?

 

- 여긴 부산입니다. 혹시 오시기 힘드실까요?

 

- 아닙니다. 부산까지야 금방이죠. 위치 알려 주시면 찾아가겠습니다. 


- 그렇죠. 가까운 편이긴 하니... 혹시 부산 시민공원 아세요?


- 그럼요. 알고 있습니다. 몇 시까지 갈까요?


- 지금이 오후 2시니까 5시까지 오실 수 있을까요? 저의 집이 바로 근처니까 도착해서 전화하시면 바로 나가겠습니다.


- 알겠습니다. 도착해서 연락 드리겠습니다. 



부랴 부랴 씻고 옷 갈아입고 지도에서 위치확인까지 다시 한 다음 카메라까지 챙겨서 출발하였다. 부산이야 자주 가던 곳이니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었고 급한 마음에 과속을 좀 해서인지 1시간 20분 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도로환경 때문인지 길을 잘 못 드는 바람에 약속 장소까지 찾아 가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 결국 5시 거의 다 되어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전화를 하니 바로 나오셨는데 마침 근처에 적당한 카페가 있어서 차 한잔 마시며 이야기하기로 하고 들어갔다. 

 

카페 안 작은 테이블에 서로 마주 앉아 같은 동호회 회원인데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갑다며 다시 정식으로 인사를 주고받은 후 사진 이야기도 하고 장비 이야기도 하기 시작하였다.

장비 이야기로 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데이타백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 되었다.

자기가 이 데이타백을 우연히 공짜로 구해서 잘 사용하다가 최근에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어서 내놓게 되었는데 좋은 사람에게 줄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하시며 가방에서 데이타백을 조심스럽게 꺼내어 나에게 건네주셨다.

 

조금은 험하게 사용해서 그런지 여기저기 고생한 흔적은 보였지만 공짜로 받는 거니 이 정도의 흠은 문제 되지 않았기에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이리저리 살펴보니 그래도 나름 깨끗하게 관리된 듯 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갖고 간 카메라를 가방에서 꺼낸 후 조심스럽게 뒷 커버를 빼고 그 자리에 데이타백을 설치하여 이것저것 눌러보고 신기해하던 중 그분이 조용히 말씀하셨다. 

 

 

- 이 제품을 요셉님에게 드리는 것은 요셉님을 믿기 때문입니다. 동호회 활동하시는 모습들을 지켜보니 알겠더군요. 그래서 더 안심이 됩니다. 

 

   참, 한가지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나중에 겪게 될진 모르겠지만 이 제품을 사용하다가 좀 특이한 현상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러한 현상을 겪게 되면 꼭 비밀로 해 주셨으면 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걸 사용해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말하면 안 됩니다. 

 


나는 속으로 생각하였다. 

 

' 혹시 공짜로 주는 이유가 제품에 이상이 있어서인데 나중에 탄로 나면 창피할까 봐 그러시나? '

 

 

나는 미소 지으며 '알겠습니다.' 라고 대답하였고 데이타백에 오늘 날짜가 잘 설정되어 있는지 확인 후 기념사진을 찍고 나서 그분의 마지막 말을 듣고 헤어졌다. 

 

- 혹시... 사용하시다가 좀 이상한 현상이나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연락 주세요.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도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집으로 돌아 와서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새로운 장비인 데이타백을 켜 놓고 이것저것 찍어보다 어느새 필름 한 롤을 다 찍어 버렸다. 빨리 사진으로 뽑아보고 싶은 생각에 사진관에 가려고 시간을 확인해 보니 사진관은 이미 문 닫은 후라서 할 수 없이 내일 가기로 하고 대충 정리해 놓고 씻은 후 잠을 청했다.

 

그렇게 자고 있는 나의 머리 옆에는 데이타백이 설치되어 있는 카메라가 놓여 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단골 사진관으로 달려갔다.

 

마침 모닝커피를 준비하던 사장님께서 나를 반갑게 맞이하여 주시면서 같이 마시자며 믹스커피 한 잔을 타 주셨고 나는 갖고 간 필름을 맡겼다. 사장님은 커피를 한잔 다 마신 후 현상기를 돌리러 들어 가셨고 나는 아직 따뜻하고 향긋한 커피잔을 들고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는데 그 시간이 무척 즐겁다. 

 

현상이 다 된 후 인화를 하시는 사장님의 모습이 보이니 조금 더 설레는 마음이 든다. 

 

인화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더니 잠시 후 데이타백을 설치해서 처음 찍은 사진이 인화되어 나왔고 그것을 조심스럽게 건네주시는 사장님이 사진을 보시더니 자동카메라로 찍은 건가? 라며 고개를 갸웃거리셨지만 나는 사진에 시선이 고정되어 있었다. 

 

 

사진을 받아 보니 마치 자동카메라로 사진을 찍은 것 처럼 촬영날짜가 선명하게 찍혀 있는 것이 보이니 기분이 새롭다.

 

사장님께서 사진을 다시 보시면서 '자동카메라로 찍은 것치곤 잘 나왔네~ '라고 하시길래 사실대로 말씀드리며 카메라와 데이타백을 보여 드리니 이리저리 만져보시곤 신기해하신다.

 

데이타백을 자주 사용할 일은 없겠지만 여행 가서 기념촬영을 하는 경우에 활용하면 유용할 거라 생각하며 그냥 달아 두기로 결심했다. 없는 것보다는 좀 뽀대 있어 보일 테니.

 

 

그렇게 나의 새로운 장비 하나가 늘었다. 

 

 


 

 

다음 이야기 : 과거의 모습을 찍는 카메라.E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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